죄의 역사 과정 속에서 죄의 속임이 일으키는 세 번째 단계는 실제로 죄를 잉태하는 것입니다. 죄는 의무를 감당하지 못하도록 지성을 끌어내리고 정서를 미혹하면, 이어서 죄를 낳기 위해 죄를 잉태시키는 단계에 돌입합니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약1:15). 그런데 잉태된 죄가 죄를 낳기 위해서는 오직 의지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의지의 동의가 없으면 죄가 저질러질 수 없기 때문에 의지가 죄의 실행을 동의해 버리면, 영혼 속에서 죄의 실제적 실행을 방해할 요소는 전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하나님은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통해 탯속에 들어와 착상하지 못하게 하거나 유산시킴으로써 이 음탕한 잉태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그럼으로써 절대로 죄가 의도되거나 잉태되지 않도록 하십니다. 그러나 일단 의지가 죄에 동조해 버리면 죄를 제어할 힘이 영혼 자체 속에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종종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비를 뿌리려고 하면, 바람이 불어 구름을 쓸어 가 버립니다. 마찬가지로 의지가 죄를 낳으려고 하면, 하나님은 이런저런 바람을 불게 하여 그것을 쓸어 가 버리십니다. 그러나 구름은 여전히 금방 떨어질 것처럼 비를 머금고 있고, 영혼도 금방 죄를 범할 것처럼 죄를 머금고 있습니다. 이처럼 욕심이나 죄를 잉태하는 것은 의지가 죄의 속임에 넘어가 동의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 동의로 인해 영혼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향해 갖고 있는 순결을 빼앗기게 됩니다. 바울은 이 점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열심으로 너희를 위하여 열심을 내노니 내가 너희를 정결한 처녀로 한 남편인 그리스도께 드리려고 중매함이로다 그러나 나는 뱀이 그 간계로 하와를 미혹한 것같이 너희 마음이 그리스도를 향하는 진실함과 깨끗함에서 떠나 부패할까 두려워하노라"(고후11:2).
<기도>
죄는 의지의 동의가 없이는 잉태되지 않음을 기억하며, 죄의 길에 대해 마음으로 동의하지 않는 하루를 살아가도록 은혜를 베푸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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